류제
www.ryujex.com
ryujex 류제 갓생 갓생기록 마음이힘들때

흐트러진 하루, 마음 정리 하는 글

책상 위 수첩을 펼쳐놓고, 할 일 목록을 채워가던 손이 잠시 멈췄다. 수면 점수가 60점 아래로 떨어진 날. 이미 흐트러질 대로 흐트러진 하루였다.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확인한 수치는 예상대로였지만, 막상 숫자로 마주하니 기분이 묘하게 가라앉았다. 이런 날은 쉽게 포기해버리기 쉽다. 그냥 되는 대로 하루를 보내고 싶어진다. 하지만 내가 나를 방치하면, 하루가 아니라 일주일이, 일주일이 아니라 한 달이 그렇게 흘러가버릴 수도 있다.

침대보를 정리하고, 물을 마시고, 영양제를 삼켰다. 몸이 여전히 둔했다. 아침 운동은 건너뛰었다. 몸 상태가 이럴 때 무리하면 다칠 수도 있다. 대신 어제 읽던 책을 다시 펼쳤다.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처음엔 몇 줄 읽다가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아침 햇빛이 창문을 타고 방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책장을 넘겼다. 문장들이 서서히 마음에 스며들었다. 중간에 차를 한 잔 마시고, 양치를 하고,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마다 방을 서성였다. 그러다 다시 책으로 돌아왔다. 책을 덮고 나니, 어느새 1시가 넘었다.

배가 고픈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수면이 부족한 날이면 식욕도 엉망이 된다. 뭘 먹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대충 떼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러면 하루가 더 무기력해질 것 같았다. 일단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여봐야겠다. 그렇게라도 해야, 이 하루가 어딘가에 단단히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다음엔 다시 책상으로 돌아가 블로그 레이아웃을 건드려봐야겠다. thoughts 카테고리와 하위 카테고리 두 개(essay & random)의 디자인을 정리해야 했다. 지난 1월에 읽었던 두 권의 책과 오늘 완독한 책의 독서 노트도 블로그에 올려야겠다 (노션에 이미 정리되어있어서.. 복붙만 하면 되는데 이게 뭐라고 이렇게 귀찮은지 모르겠다). 아, 여행일기도 마무리 지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해야 할 일이 많네.

아침에는 이 하루를 제대로 붙잡을 자신이 없었지만, 지금은 조금씩 흐름을 되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내 하루를 지켜야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방향을 다시 잡아내는 것. 어떤 날은 부드럽게 이어지고, 어떤 날은 울퉁불퉁하게 어긋나기도 한다. 그래도 꾸역꾸역 맞춰가다 보면, 어느 순간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곤 한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나머지 하루 잘 보내고 와야지.

댓글 남기기

닉네임, 댓글 하나라도 작성 안하면 등록 버튼이 비활성화 됩니다. 원래 경고창이 떠야했는데 제 지식이 부족해서 구현이 안돼요ㅠㅠ 안내문구 남겨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