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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분류내용
제목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저자마크 해던
출판문학수첩 리틀북
장르성장 소설
읽은 기간2025-01-31~02-01 (2일)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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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이 소설은 크리스토퍼의 시선으로 진행되며, 그의 독특한 사고방식이 이야기의 형식에도 반영된다. 일반적인 소설처럼 1장, 2장, 3장 순서로 진행되지 않고, 2장, 3장, 5장, 7장…처럼 소수로만 구성되어 있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잘못된 인쇄인 줄 알았지만, 곧 크리스토퍼가 직접 설명한다. “소수는 모든 규칙들을 지우고 났을 때 남는 수다. 나는 소수가 인생 같다고 생각한다. 소수들은 매우 논리적이지만 당신이 한평생 생각하더라도 소수가 만들어지는 규칙은 결코 알아낼 수 없다.” 라고. 그리고 이 책은 51번째 소수인 233장까지 이어진다.

크리스토퍼는 숫자와 논리를 좋아하는 15살 자폐 스펙트럼 소년이다. 감정을 이해하기보다는 패턴과 규칙 속에서 안정을 찾는다. 그러던 어느날 밤, 이웃집 개 웰링턴이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것을 계기로 탐정이 되어 사건을 파헤치기로 한다. 그러나 조사가 진행될수록 단순한 사건 해결이 아니라, 자신이 믿어왔던 세계가 흔들리는 경험과 마주치게 된다. 처음엔 장르가 미스테리인 줄 알았는데 소설 1/3 넘어가면서부터 한 소년의 성장소설이 되어버린다.

그는 모든 것을 철저히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세상을 수학적 질서 속에서 이해하려 한다. 하지만 세상은 그가 바라는 만큼 단순하지 않았다.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는 예측 불가능한 인간관계와 감정의 복잡함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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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으면서 느꼈던 생각과 감정들

어떤 사람에게는 세상이 단순한 곳이다. 감정이 흐르고, 관계가 형성되며, 일상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러나 또 다른 사람에게는 세상이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예상할 수 없는 변수들이 넘쳐나고, 이해할 수 없는 감정들이 도처에 존재한다. 크리스토퍼에게 세상은 후자에 가까웠다. 그의 세계는 질서와 논리가 지배하는 곳이어야 했고, 작은 규칙의 붕괴조차도 큰 혼란을 의미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내가 외면하던 세계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크리스토퍼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으며, 극도로 논리적인 사고를 한다. 하지만 우리가 놓쳐버리는 미세한 부분들까지도 감지하고 기억하는 그의 능력은 경이롭다. 우리는 지나쳐버리는 빛의 각도, 소리의 패턴, 반복되는 작은 움직임들이 그에게는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이러한 섬세함은 때때로 감당하기 어려운 혼란으로 다가온다.

크리스토퍼의 시선을 통해 나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 엿볼 수 있었다. 그들이 예측하지 못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 작은 규칙의 깨짐이 엄청난 불안으로 이어지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그의 논리적인 사고방식과 감정의 결핍이 아니라, 세상을 다르게 경험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런 그를 키우는 아버지의 이야기도 마음에 오래 남았다. 아버지는 크리스토퍼를 진심으로 위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행동들이 반복될 때마다 깊은 좌절을 느낀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과 현실적인 피로감 사이에서 그는 종종 버거운 감정을 안고 살아간다. 크리스토퍼의 어머니는 결국 가족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녀의 선택이 단순한 이탈이나 무책임한 포기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보게 된다. 사랑하는 자식을 돌보는 일은 강한 의지가 필요한 일이지만, 그것이 때로는 부모에게도 벅찬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단순한 헌신을 넘어, 사회적 편견과 외부의 냉담한 시선을 견뎌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어머니는 아마도 이러한 현실 속에서 자신이 점점 무너져 가고 있음을 느꼈을 것이다. 그녀의 선택이 누구에게는 비난받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녀가 감당해야 했던 무게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스토퍼가 작은 변화를 보이며 성장할 때, 그 기쁨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순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의 기준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분명한 성장이 있을테고, 부모는 그런 과정을 통해 또 다른 방식으로 아이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겠지. 

그리고 또 하나. 크리스토퍼 곁에는 다정한 어른들이 있었다. 시오반 선생님처럼 크리스토퍼의 세계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를 존중하며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사람들. 39번지의 알렉산더 부인처럼, 때로는 불필요한 말을 해서 혼란을 주기도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크리스토퍼를 향한 선의를 품고 있던 어른들. 세상엔 좋은 어른들만 있는 건 아니지만, 이해하려 애쓰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다정함을 베풀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어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우리 사회를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동력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견고한 울타리를 넘어 성장해 나가는 크리스토퍼에게 응원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에게는 두려운 일들이 많았다. 익숙한 세상을 벗어나야 했고,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과 맞닥뜨려야 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세상을 탐색하고,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받아들이며, 한 걸음씩 나아갔다. 그리고 결국,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되었다.

이 책은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방식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의 사고방식과 다르다고 해서 그것이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속도로 성장한다는 것. 나는 크리스토퍼가 보여준 용기와 성장의 과정 속에서, 조금 더 넓어진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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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에 남는 글귀 (스포주의)

⚠️ 주의 : 이 아래로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아직 책을 읽지 않으셨다면 아래는 나중에 확인하세요!

p. 029
소수는 모든 규칙들을 지우고 났을 때 남는 수다. 나는 소수가 인생 같다고 생각한다. 소수들은 매우 논리적이지만 당신이 한평생 생각하더라도 소수가 만들어지는 규칙은 결코 알아낼 수 없다.
p. 036
나는 내 이름이 친절하고 남을 잘 돕는다는 의미라는 것이 좋지 않다. 나는 그저 내 이름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의미하기만 바랄 뿐이다.
p. 069
(장례식장. 크리스토퍼의 엄마를 화장을 했다고 아빠가 그랬다.) 연기는 굴뚝에서 나와 대기로 퍼졌을 것이다. 나는 이따금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한다. 하늘에 엄마의 분자들이 떠다니고, 아프리카의 구름 위로, 혹은 남극지방, 혹은 브라질의 우림에 비가 되어 내려올 수도 있고, 어딘가에 눈이 되어 떨어질 수도 있다고.
p. 101
아직 범인을 밝혀 내지 못했다. 시오반 선생님이 말했다. 그것이 인생이고, 살해 사건이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모든 범인이 다 잡히는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살인마 잭처럼.
p. 117
내가 수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수학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그 문제들은 어렵고 흥미롭기 때문이며, 또한 끝에는 언제나 정답이 있기 때문이라는 거였다. 하지만 인생은 수학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인생의 끝에는 정확한 답이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p. 135
아무나 그저 우연히 알아차리지는 못하지만, 세상에는 명확한 단서들이 널려있다.
p. 140
하지만 저는 슬프지 않아요. 엄마는 돌아가셨으니까요. 그리고 시어즈 씨가 제 주변에 있는 것도 아니고요. 또 그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도 아니잖아요. 존재하지도 않는 일에 대해 슬픈 감정을 갖는다는 건 어리석은 일 같아요.

"만약 엄마가 여기에 있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니?"

엄마가 죽고 없는데, 죽은 사람에게 말할 수 없는데, 죽은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물어보는 것은 어리석다.

⸙ 난 15살 밖에 안 된 크리스토퍼의 이 마음가짐이 너무 부러웠다. 난 7년이 다 되어가도록 아직 그를 잊지 못하고 있는데.

p. 155
색에 대한 편견은 어리석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인생에서 사람들은 많은 결정들을 하게 되고, 만약 어떤 것도 결정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여러 일들 중에서 이것을 할까 저것을 할까 택하느라 시간을 소모하게 된다. 그래서 어떤 것을 왜 싫어하고, 또 어떤 것을 왜 좋아하는지 이유가 있는 것이 좋다.
p. 184
닷새째 되는 날, 즉 일요일에 폭우가 쏟아졌다. 나는 비가 심하게 오는 날을 좋아한다. 그런 날은 사방에서 하얀 소음이 들리는 것 같다. 그건 마치 공허하지 않은 정적과도 같다.
p. 222
별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자신이 아주 작게 느껴진다. 그래서 만약 당신이 살아가면서 곤란한 일을 당한다 해도, 그 일을 무시해도 좋은 것, 즉 너무나 미미해서 뭔가를 계산할 때 고려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p. 269
시간표란 시간의 지도이다. …(중략)… 시간이란 불가사의한 것이고 더구나 사물은 아니며, 지금껏 그 누구도 시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퍼즐의 정답을 찾지 못했다는 걸 의미한다. 당신이 시간 속에서 길을 잃는다면 그것은 사막에서 길을 잃어버린 것과도 같다. 물체가 아니기 때문에, 그 시간이라는 사막이 당신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만 제외하면.

내가 시간표를 좋아하는 건 이 때문이다. 시간표는 내가 시간 속 미아가 되는 일이 없도록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p. 278
- 경찰 : 기차에 화장실이 있다는 것도 모르니?
- 주인공 : 어디 있는데요?
그가 손짓하며 말했다.
- 경찰 : 저 문을 지나가면 있어. 하지만 내가 똑똑히 지켜보고 있을거야. 알아들었어?
- 주인공 : 아뇨.
내가 대답했다.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았지만 내가 화장실에 있으면 내 모습이 보일 리가 없기 때문이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맞말인데 보통의 경우와 약간 핀트가 다르게 대답을 하니 뻘하게 웃겨서 기록해놓고 싶었다.

p. 363
선물받는 것 같은 신나는 일이 곧 일어나리라는 걸 안다면 그건 최고로 좋은 일이다. 안좋은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아는 건 기분 나쁜 일이다. 하지만 내 생각으론, 최악의 경우는 좋은 일이 생길지 나쁜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을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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