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류 |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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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반짝반짝 빛나는 |
저자 | 에쿠니 가오리 |
출판 | 소담 |
장르 | 소설 |
읽은 기간 | 2025년 2월 20일 (1일) |
별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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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
얇은 피부 아래, 묵향이 날 것만 같은 단어가 눈에 띄었다. 코끝을 가까이 대보았다. 먹내음 대신 떡갈나무 (Oak Wood) 향이 피어올랐다. 무심히 지나칠 수 없어 물어봤다.
그녀는 가만히 웃으며 말했다. 조용한 목소리였다.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것처럼, 마치 그 이름이 언제나 그녀의 일부였던 것처럼. 손끝이 자연스레 그 위를 쓰다듬었다. 무심한 듯하지만, 누군가를 어루만지듯이. 나는 그걸 설명하는 그녀의 눈빛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말로 다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넘겼지만, 그 말은 마음 어딘가에 남았다. 두 번째, 세 번째 만남에서도 같은 이름이 반복되었다. 장소만 달랐을 뿐, 그녀의 눈동자에 떠오른 것은 늘 같았다. 사람은 무엇을 그토록 오래 품고 살아갈 수 있을까. 어떤 이야기들은 손목 위에 새겨지고, 어떤 감정들은 그보다 더 깊은 곳에 스며든다.
그렇게 추천 받은 책을 펼쳤다. 빳빳한 종이가 뽀닥거렸다. 그녀가 몇 번이고 되뇌었을 이름들이 문장 속에서 서서히 떠올랐다. 그녀에게 이 책은 어떤 의미였을까. 다 읽고 나면, 그녀가 무엇을 간직하고 싶었는지 알 수 있을까.
그 말 속에 담긴 무게와, 지워지지 않는 흔적들. 그리고 그녀의 눈동자에 어렴풋이 떠 있던, 언어로 다 채워지지 않는 그 여백을.
📝 줄거리
⚠️ 주의 : 이 아래로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아직 책을 읽지 않으셨다면 아래는 나중에 확인하세요!
이야기의 주인공 쇼코와 무츠키는 결혼한 지 얼마 안된 신혼부부다. 하지만 그들의 결혼 생활은 일반적인 부부 관계와는 거리가 멀다. 쇼코는 알코올 중독자, 무츠키는 동성애자로, 남편에게는 남자 애인 곤이 있다. 사회적인 기대와 개인적인 성향이 어긋나는 이들의 결혼은 철저한 타협의 산물이었다. 무츠키에게는 부모를 안심시키기 위한 방편이었고, 쇼코에게는 불안한 자신의 삶을 한 사람의 존재로 다독이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쇼코는 밝고 자유로운 영혼이지만, 술 없이는 살지 못하는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반면, 무츠키는 차분하고 성실하고 따뜻한 내과의사로, 곤과의 관계를 지속하면서도 쇼코와의 삶을 소중하게 여긴다. 쇼코 역시 무츠키를 남편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인간으로서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 이상한 삼각형 안에서, 쇼코는 무츠키와 곤의 관계를 알고 있지만 곤을 질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오히려 곤과 친구처럼 지내며 특별한 유대감을 쌓아간다. 무츠키를 온전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사람이 곤이니까.
그들은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웃고, 함께 시간을 보낸다. 세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이상하게도 모두가 외롭지 않다.
그러나 세상은 이들의 관계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기질이 예민한 쇼코는 가끔 무너지고, 무츠키는 그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자책하고, 곤은 조용히 그들을 바라본다. 부모님이라는 외부의 압박 때문에, 그리고 그걸 넘어선 사회적 시선 때문에 모두가 조금씩 아프고, 조금씩 외롭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서로를 놓지 않는다. 사회적 통념과는 다른 방식으로 유지되지만 나름의 조화를 이루며 살아내기로 한다.
반짝반짝 빛나는 것들은 멀리서 보면 아름답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깨지기 쉬운 유리조각 같다. 쇼코와 무츠키, 그리고 곤. 이들은 어쩌면 서로의 불완전함을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사랑은 꼭 한 가지 모습일 필요는 없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함께 시간을 나누고, 함께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사랑은 빛날 수 있다. 깨지기 쉬운 유리 같은 관계 속에서도,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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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들
《반짝반짝 빛나는》은 결혼이라는 제도의 틀 안에서 전혀 다른 형태로 살아가는 세 사람의 이야기다. 보편적인 사랑과 가족의 형태를 따르지 않는 이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이 소설이 다루는 감정의 결은 단순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담담한 문장 속에 서늘함과 따뜻함이 교차하고, 사회적 규범과 개인의 행복이 엇갈린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 서늘한 애틋함, 온기와 쓸쓸함이 공존하는 감정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가라앉았다. 그러나 그것은 차갑거나 고통스러운 감각이 아니었다. 마치 겨울날 창가에 앉아 빗소리를 듣는 것처럼, 고요하고 깊은 울림이었다. 쇼코와 무츠키, 그리고 곤. 세 사람의 관계는 애틋하지만, 그 애틋함이 꼭 행복한 것은 아니다. 어딘가 부서질 듯 위태롭고, 어디까지나 서로를 붙잡고 있지만 손끝에 닿는 감촉은 유리조각처럼 차갑고 투명하다.
사랑이란 반드시 뜨겁고 강렬해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무츠키는 쇼코를 사랑하지 않는다. 적어도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방식으로는. 하지만 그는 그녀를 아낀다. 그녀가 비틀거릴 때, 곁에서 다독이고, 그녀가 자신을 파괴하려 할 때 그 손을 잡아준다. 그런 무츠키를 쇼코는 믿는다. 그 믿음은 사랑과는 조금 다른 형태지만, 그래서 더 깊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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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하지만, 외롭지는 않은 순간들
무츠키는 자신을 숨긴 채 살아간다. 동성애자로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없는 현실, 가족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 그런 복잡한 감정들이 그를 조용한 사람으로 만든다. 그는 쇼코와 결혼하지만, 그의 마음은 곤을 향해 있다.
다른 작가의 손에 쓰여졌다면, 이 이야기는 더 어두운 방향으로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쇼코는 곤을 시기하고, 관계는 균열을 따라 거칠게 흔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지 않았다. 곤을 미워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같은 세계를 공유하는 사람처럼 그와 시간을 보낸다.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하기 위해 꼭 독점할 필요는 없다는 듯이.
나는 이 부분에서 이상한 위로를 받았다. 우리가 타인을 온전히 소유할 수 없는 것처럼, 어떤 관계들은 꼭 특정한 틀에 맞춰져야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무츠키가 곤과 함께 있을 때, 쇼코와 함께 있을 때, 그리고 쇼코와 곤이 함께 있을 때. 그들은 모두 조금씩 다르게 외롭고, 조금씩 다르게 편안하다.
우리는 고독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고독 속에서도 따뜻한 순간들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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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지기 쉬운 것들의 아름다움
이들의 관계는 반짝반짝 빛난다. 하지만 그 빛은 영원하지 않다. 멀리서 보면 아름답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조심스럽게 다뤄야만 하는 유리조각처럼.
쇼코는 위태로운 사람이다. 감정의 기복이 크고, 스스로를 파괴하려는 순간이 많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무츠키는 조용히 감싸준다. 그의 다정함은 강렬하지 않지만, 묵묵히 곁을 지킨다. 그리고 곤 역시 무츠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책장을 넘기며 사랑이 꼭 완벽한 형태일 필요는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어떤 관계들은 사회의 기준에서 보면 불완전하고, 위태롭고, 때로는 잘못된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관계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이다.
완전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소중한 관계. 깨질 듯한 순간들 속에서 반짝이는 감정들. 그들이 함께하는 장면들은 이상할 정도로 따뜻하고, 묘한 안도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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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사자들
무츠키는 곤과 함께 있을 때 가장 편안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가장 선명하게 외로웠을지도 모른다. 곤과 함께 있을 때만이 유일하게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었지만, 그 시간을 지나면 그는 다시 사회가 원하는 모습으로 돌아가야 했다. 사랑을 숨기는 일이 일상이 되었고, 그 숨김 속에서 그는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은사자라는 말은 잔인할 만큼 정확했다. 빛나는 존재들이지만, 무리 속에서 함께할 수 없는 운명. 같은 땅을 밟고, 같은 하늘을 보면서도 끝내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는 삶. 그들의 빛은 어두운 곳에서 더욱 선명했지만, 그 선명함은 오히려 그들을 더욱 고립시켰다.
나는 이 장면을 읽으며 심장에 서리꽃이 피는 듯했다. 세상은 어떤 이들에게는 단 한 번도 온전히 허락된 적이 없다는 사실. 사랑을 하면서도, 손을 맞잡으면서도, 동시에 이질감을 느껴야 하는 관계. 태어나는 순간부터 ‘다른’ 존재로 규정된다는 것.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사회 속에서 불온한 존재로 여겨진다는 것.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누구도 허락하지 않은 삶.
“곤이 나를 떠날 리 없다고.”
그럼에도 무츠키와 곤은 둘 사이의 관계를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덕스러워도, 사람들의 시선이 아무리 날카로워도, 둘은 흔들리지 않았을테니. 이 믿음은 불안한 관계 속에서도 단단했다. 사랑을 숨기고, 몸을 웅크려야만 했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잃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그들을 떠올렸다. 이 세상의 모든 은사자들. 너무나 빛나서 가려져야 했고, 너무나 눈부셔서 끝내 같은 공간에 머물지 못했던 사람들. 세상에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조용히 사랑하고, 조용히 살아온 이들. 자연 속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유리날개 나비처럼,
너무 투명해서, 너무 가벼워서 바람에 흩어지는 존재들. 나는 그들이 견뎌온 시간들을 상상했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마음을 삼켰을 밤들, 손끝에서 미끄러져버린 수많은 순간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티며 살아왔을 그들의 삶을.
그들은 끝내 세상과 타협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세상과 부딪히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오래도록 서로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함께할 수 없는 자리에서도, 사랑을 멈추지 않았다.
나는 이 이야기가 무척이나 서글펐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이 희미하게, 그러나 분명히 따뜻했다. 빛나는 것들은 늘 곁에 있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빛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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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문득 내 친구의 눈빛이 떠올랐다. 긴 시간을 꿋꿋이 견뎌온 사람들에게서만 묻어나는 어떤 결. 스스로를 다독이면서도, 끝내 다독여지지 않는 마음의 모서리들. 나는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나에게 설명을 해줄 때 왜 사라질 듯한 표정으로 멀리 어딘가를 바라보았는지. 그리고 동시에 왜 그 눈빛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를 품고 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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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에 남는 글귀 (스포주의)
⚠️ 주의 : 이 아래로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아직 책을 읽지 않으셨다면 아래는 나중에 확인하세요!
019
”그 녀석과 결혼을 하다니, 물을 안는 것이나 진배없지 않느냐”
그 때 등에 으슬으슬한 서늘한 기척이 느껴졌다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나는, 나무도 들을 수 있을 만큼 또렷하고 큰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전, 섹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033
나는 내심 안도했다. 내가 밖에 나가 있는 동안, 아내는 나를 기다리고만 있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055
나는 세상이란 참 잘못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도시의 하늘에야말로 별이 필요하고, 무츠키 같은 사람한테야말로 여자가 필요한데. 나 같은 여자가 아니라 좀 더 상냥하고 제대로 된 여자가.
056
이런 결혼 생활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 아무것도 무섭지 않다. 불현듯, 물을 안는다는 시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067
휘청휘청 걷고 있는 우리들 옆에서, 쇼코는 커다란 팩째로 들고나온 아이스크림을 스푼으로 떠서 묵묵히 먹으며 걷고 있었다. 주택가에 사람들의 왕래는 없고, 봄날의 밤이 따뜻하고 푸근하여, 양갱 같다, 고 나는 생각했다
⸙ 평화로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떠오르는데 그 모습이 너무 따뜻해서 기분이 좋아졌다.
072
”여행이라도 온 것 같네.”
쇼코가 말했다.
”신선하고, 왠지 가슴도 두근거리는걸”
⸙ 한 여자와, 그녀의 남편과, 그 남편의 남성 애인이 거실에서 함께 자게 된 상황에서 여자가 입 밖으로 낸 말이다. 너무 엉뚱하면서도, 어떻게 보면 어둡게 그려질 수 있는 장면을 너무 다정하고 따뜻하게 해석해냈다.
085
- 정신이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자기 자신도 보지 못하는데, 의사라고 치료할 방법이 있을 리 없다.
086
"이거, 심리 요법인가요? 흔히들 하잖아요, 언뜻 맥락이 없는 얘기 같으면서 실은 상대방의 심층 심리를.."
- 카지베 씨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미소지었다.
“유감스럽게도 그건 뇌과 의사의 영역 밖입니다. 심리 요법은 해 드릴 수 없지만” 이라며 카지베 씨는 서랍을 열고,
“약을 지어 드리죠”
라고 말하고 검은 깡통을 꺼냈다. 알사탕이 든 깡통이었다.
104
- 예상과는 달리, 쇼코는 울지 않았다.
”나는 지금 이대로가 좋아”
- 지금 이대로 그냥 있어도 돼, 라고 나는 말했다. 하지만..
⸙ — 이대로 냅두지 않는 그 외부압력이 목에 가시 걸린 듯 자꾸 떠올라서.
105
- “왜 지금 이대로 지내면 안 되는 거야. 그냥 이대로 지내도 이렇게 자연스러운데” 자연이란 말의 정의 는 차치하고, 당당하게 그렇게 말한 쇼코 때문에 나는 가슴이 메였다.
106
- 하얗고, 조그맣고, 연약하다. 다림질을 하러 침실로 들어가는 쇼코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녀를 궁지에 몰아 넣고 있는 것은 바로 나라고 생각했다. 너무 슬펐다.
⸙ — 너무 선량하고 다정한 마음씨가 느껴져서 슬펐다. 무츠키는 상처를 주려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쇼코는 상처로 받아들이는 그 모습이, 그 감정의 엇갈림이 마음 아팠다.
109
- 몸은 여기 있는데, 마음은 어디 다른 곳을 여행하고 있는 듯한, 위태로운 느낌, 여전해.
125 💚
몇십 년에 한 번, 온 세계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흰사자가 태어난다고 한다. 극단적으로 색소가 희미한 사자인 모양인데, 무리에 섞이지 못하고 따돌림을 당하는 터라, 어느 틈엔가 무리에서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하지만, 그들은 마법의 사자래. 무리를 떠나서, 어디선가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생활하는 거지. 그리고 그들은 초식성이야. 그래서, 물론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단명한다는 거야. 원래 생명력이 약한 데다 별로 먹지도 않으니까, 다들 금방 죽어버린다나봐. 추위나 더위, 그런 요인들 때문에. 사자들은 바위 위에 있는데, 바람에 휘날리는 갈기는 하얗다기보다 마치 은색처럼 아름답다는 거야.
…(중략)…
무츠키들 은사자 같다고, 가금 그런 생각이 들어
131
- 쇼코는 말이죠, 저나 곤을, 그 은사자 같다고 해요.
- 하지만 나한테는 며늘아기도 은사자처럼 보이는구나
⸙ —
149
- 소원도 잔뜩 종이에 써서 매달았다.
…(중략)…
그리고 마지막 종이에는 아무것도 쓰지 않고 그냥 실에 매단다. 제일 중요한 소원은, 남몰래 바라는 편이 이루어질듯한 기분이 든다.
160
- “네, 그럼 내일 모레, 점심 시간 지나서 뵙겠습니다.”
- 내가 전화를 끊자 쇼코는 당장 전화선을 뽑았다.
- “이제 내일 하루는 조용하겠군.”
⸙ — 이런 태도로 살아야지- 하고 생각했다.
167
”캘리포니아 오렌지 주스 마실래?”
쇼코가 묻자 곤은 좋죠, 라고 대답한다.
(중략)
도마 위에는 절반으로 자른 오렌지가 세 쪽 나뒹굴고 있었다. 녹색 스탬프로, FLORIDA, 라고 찍혀 있다.
⸙ 플로리다 오렌지보다 캘리포니아 오렌지를 좋아하는 곤에게, 짖궂지만 악의는 없는 장난을 치는 쇼코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아무것도 모른 채 그걸 맛있게 받아 마시는 곤 역시 사랑스러웠다.
183
무츠키와 잘 수 없어서가 아니라, 이렇게 태연하고 부드럽고 자상한 무츠키를 견딜 수 없다 .물을 안는 기분이란 섹스가 없는 허전함이 아니라, 그것을 서로에 대한 콤플렉스라 여기고 신경을 쓰는 답답함이다.
189
그 때문에 더욱 더 내 안에서 곤이 차지하고 있는 완벽한 위치와 신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곤이 나를 떠날 리 없다고
⸙ — 이런 단단한 신뢰를 갖고 있는 무츠키와 곤이 부러웠다. 나도 지금 그런 신뢰를 다져가는 중이다.
191
- 대체 이건 어떻게 된 일일까. 왜 우리 일을, 이런 식으로 이 사람들에게 보고하지 않으면 안되는것일까. 나는 그런 것 모두가 왠지 시시껄렁하게 느껴졌다.
⸙
197
- 곤이 없어져서 외롭냐구?
- 지금 이 기분은 외로움과는 다른 감정이고, 그 정체모를 감정은 나의 존재 전체에 관계된 것이리라. 쌍둥이 중 한 쪽이 먼저 죽으면 이런 기분일지도 모르겠다.
202
- 쇼코도 곤도, 조금도 거리낌없이 생긋거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 거짓말하는 것 정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거든”
⸙ 한 남자의 아내와, 그 남자의 남성 연인. 둘이 죽이 잘 맞아서. 이런 관계가,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을까. 그들이 행복하면 됐지, 아무렴 어때.
1 개 댓글
닉네임, 댓글 하나라도 작성 안하면 등록 버튼이 비활성화 됩니다. 원래 경고창이 떠야했는데 제 지식이 부족해서 구현이 안돼요ㅠㅠ 안내문구 남겨드립니다.
우리는 모두 빛나는 존재들이고 ,
그속에서 같이 살아가고 , 살아내고 있는 –
누구보다 반짝반짝 빛나는 은사자들 .
(글이 너무 좋아요 .. 몇번이나 읽게 되는 ..)